Popcorn각

작은 아씨들(2019)

그래도, 여전히 인생은 아름답다.

  이 영화는 2019년 개봉해 나름 큰 흥행을 거두고 초청된 시상식마다 상을 휩쓸어간 영화입니다.

영화를 실제로 접하기전

상을 많이 받은영화
어렸을때 읽었던 유명한 고전소설을 영화화한 영화
잘생긴 티모시샬라메가 많이 나오는 영화(그래서 꼭 봐야하는 영화)
캐스팅이 화려한 영화

정도로 미리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기대하고 봤던 영화지만
실제 기대하고 본 것보다 훨씬 더 좋아서 놀란 영화
더 많이 기대하고 봤더라도 여전히 좋았을 법한 영화

<작은아씨들> 입니다.

 영화는 작지만 따뜻함이 묻어나는 메사추세츠 주의 집에서 메인스토리를 전개합니다. 가끔 배경이 고모와 여행중인 에이미로 인해 유럽으로 가기도 하나 핵심이 되는 스토리는 모두 작은아씨들의 '집'에서 전개됩니다.

 줄거리를 굳이 요약하자면 아주 심플한데, 메사추세츠의 집에서 전쟁터에 나간 아빠를 제외한 엄마와 메그, 조, 에이미, 베스 네 딸이 서로 다른 각자의 방식과 방법으로 행복을 찾아가는 성장스토리라 할 수 있습니다.

 영화는 꽤 진지한 시대배경을 가지고있습니다. 미국의 남북전쟁이 그것인데
배경에 비해서 실제 언급되는 분량은 많지 않습니다. 주인공들의 아버지가 전쟁터에 있지만 목숨을 걸고 싸우는 장면은 절대 나오지 않습니다. 오히려 러닝타임 1시간 반만에 건강하고 환한 모습으로 집에 돌아온 장면이 아버지의 첫 등장 씬이죠.

 이렇듯 이 영화에서 집은 부정적이고 불필요하다 여겨지는 요소는 과감하게 제외하여 연출시킨 매우 긍정적인 소스입니다. 둘째 딸 조가 언제든지 돌아오면 7년전 아름답던 유년기의 마지막을 떠올릴수있는 곳, 한없이 자비로운 엄마의 나눔이 일어나고 그 나눔으로 또 다른 채워짐을 경험하는 곳, 갈등과 분노가 먼저 떠오르기보다 사랑한 기억이 꽉 채워져있는 곳으로 이 영화는 집을 묘사합니다. 

 주인공 조는 영화내에서 위기와 좌절 이별과 가족의 죽음을 겪지만 
집에서 이 모든 상황을 극복하고 새로운 출발을 다짐합니다.

Home is where the heart is.
'집은 마음이 있는 곳이다'

 우리들의 집은 어디인가? 우리들의 마음이 누울 수 있는 곳은 어디인가?

분노하고 좌절하고 
지지받지 못해 한계에 부딪힐 때 
부디 고개 돌리면 보이는 곳에 내 아버지가 거하시는 친히 예비하신 쉴 수 있는 누울 수 있는 아버지와의 추억을 회상 할 수 있는

 그리고 다시 시작할수있는 따스한 집이 있음을 기억할수 있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극히 평범한 일상

그러나 영화는 우리의 삶에 공감합니다.
또한
그러나 우리는 그들의 서사에 공감합니다.

 원작인 1868년 루이자 메이 올컷의 ‘작은아씨들’에 따르면 이 영화의 내용은 두세기나 지난 스토리입니다. 강산이 무려 20번이나 바뀌기 전 이야기인 이 스토리는 우리 시대의 요청에 맞추어 구미가 당기도록 요리되지 않고 역대 6개의 리메이크 작 중 가장 고증에 매우 충실하게 연출 되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요즘 산발적으로 쏟아지는 상업 영화와 다르게 이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말은 아주 섬세해서, 경우에 따라서는 뚜렷이 보이지 않는다고 느껴질 수 있습니다. 여성영화인듯 하다가도, 영화를 다보고 난뒤에 여성의 진취적인 삶에 대한 지지가 머리속에 강하게 남지 않고, 로맨스 영화인듯 하다가도 누군가에게 이 영화를 소개할 때 단순하게 러브스토리가 좋았다고 말하기 조심스러워 지게 됩니다.

 영화를 가만히 보고있자면 어떤 사회적인 교훈을 주려고 애쓴다는 느낌을 받지도 않고, 여성의 경제적 활동에 대해 지지하지 않고 도리어 조롱조였던 사회에 대해 혼을 내는 느낌을 받지도 않습니다. 그저 조용하고 낮게 그 시대가 가지고 있었던 한계에 대해서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가 말할 수 있는 만큼 풀어내고 있습니다. 

 자극적인 사건을 중심으로 영화를 풀어내기 보다 사람냄새 가득하게 인물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말하기를 택한 이 영화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가끔 이렇게 동화책처럼 유쾌한 일들이 펼쳐지고 덕분에 우리는 위로를 받을 수 있다”는 원작의 말처럼 익숙한 이야기에서 예상치 못한 감동을 줍니다.

 답답한 현실이지만 눈에 보이지않는 사랑의 힘으로 힘겨운 오늘 하루를 살아내는 메그,  혼란스럽고 외롭지만 나 자신과 꿈을 지키려 그 누구보다 진취적으로 고군분투하는 조,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가난이 죽어도 싫어 매정하게 보일만큼 현실을 생각했던 에이미, 못이룬 꿈을 마음에 품고 생을 마감하는 베스,,

 이들의 이야기는 보는 이로 하여금 결코 멀리 있다고 느껴지지 않습니다. 오늘을 살아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고민했던 이야기, 누구나 한번쯤 인정했던 나의 모습이 2시간의 러닝타임동안 펼쳐집니다.

 시작했을 때 반가웠던 화려한 캐스팅의 배우들의 이미지는 스토리가 전개되면 될 수록 머릿속에서 사라지고 어느새 내 주변 어느 누군가의 얼굴이 되어 일상을 내뱉는 주인공들로 변해있을 때, 영화는 그 어떤 것 보다 강하게 우리로 하여금 공감하게 하고 눈물짓게 합니다.

우리도 어쩌면 누군가에게 감동을 줄만한 오늘 하루를 사는지도 모릅니다.

 가까이 있고 항상 공기처럼 둘러쌓여있어 잘 모르는 소중함이지만 우리의 일상 역시 또한 메그처럼, 조처럼, 에이미처럼, 베스처럼 왁자지껄한 가족들 속에 엎치락 뒤치락 살아가는 일상에서 예상치 못한 전개속 실없이 유쾌한 일들에 피식 웃고 위기를 넘기는 오늘 하루가 누군가를 눈물짓게 하고 감동을 주는 영화같은 하루일 수 있습니다.

지나간 어제 하루,
살아내는 오늘
모여서 내일이 되는 우리가
잊고있던, 어김없이 주어진 일상에 
감사하는 마음을 연상케 합니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아름답습니다. 어느 한 장면을 뽑아보라고 하기 어려울 만큼 모든 씬이 아름답습니다. 영화의 배경인 미국과 유럽을 갈 수 없는 지금 마음과 눈이 행복하고 싶다면 집에서 이 영화로 지금은 가볼 수 없는 곳을 즐겁게 여행해보시기를 추천합니다. 


TMI :  글을 쓰는 4월 23일 현재 유튜브에서 반값 할인 행사 중. 이 기회를 놓치지말자!

"내 꿈과 네 꿈이 다르다고 해서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야."

김명희 전도사(보리떡 교회 징검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