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pcorn각

바베트의 만찬(1987)

  '식’ 그 속에 담긴 수 많은 사연들.

때론 탐스럽고, 때론 부드럽지만
또한 처절하고, 가끔 미워지는 것

오늘 팝콘각은 지난시간에 이어
인간에게 꼭 필요한 '먹을 것'에 대한 
영화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사크 디네센의 원작소설로 탄생한 영화
<바베트의 만찬> 입니다. 

 덴마크 영화를 접할수 있는 계기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덴마크의 상징이라면 안데르센의 고향,  덴마크 축구 국가대표팀의 상징인 데니쉬 다이나마이트(Danish dynamite), 정교함을 자랑하는 레고 등이 있지만 그들에게 영화산업은 철저한 마이너리티 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소개할 영화는 덴마크의 국민성과 절제의 미학을 만났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고요함 속에서 시각적인 임펙트를 배가시키고 있습니다. 영화의 특성상 식도락의 풍미를 전할 수 없기 때문일까, 화려한 테이블 셋팅과 빛의 향연을 한껏 머금은 잘 차려진 식탁의 모습을 부각시키기 위해서 간결하고 정적인 프레임을 선택한 듯 느껴지기도 합니다. 청교도 목사 아버지의 가르침을 따라 순결과 지조를 지키며 평생을 봉사와 헌신속에 살아온 자매의 모습은 인간의 인내가 얼마만큼 지독하고 집요한 것인지를 아름답게 보여줍니다. 그들의 선행적 삶이 어딘가 모르게 건조하게 느껴진다고 하면 이상할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잘 끓인 라면에 김치가 빠진 듯한 뭔가 밍밍한 허전함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영화는 바베트를 통해서 조용하고 일정한 삶에 잔잔한 너울이 일어나게 되는 모습, 그 동안 애써 밀어내고 있었던 세속에 대한 거침없는 공격을 받는 모습을 보여주며 갈등을 고조시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내적 외적인 모든 문제와 반목들은 바베트의'만찬' 한 상으로 깔끔하게 해결됩니다. 역시 인간은 먹을때만큼은 개도 안건드린다는 진리와도 같은 명언을 충실히 실행하고 있습니다. 역사를 초월하고 남녀와 노소, 빈부의 격차를 넘어서서 말이죠. 

 바베트가 거금을 손에 쥐고 만찬을 대접하겠다고 할 때 비로소 갈등의 해결은 기지개를 펴게 됩니다. 동 서양을 막론하고 식탁은 언제나 화목한 자리가 되는 것 같습니다. 가장 근본적으로 삶을 영위하고 연장시키는 원초적인 본능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먹는 것이 가진 최고의 포스, 즉 포만감이 주는 강렬한 풍요로움은 대지의 여신 가이아와 농사의 신 바알이 숭배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충분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식' 에 대한 품격. 로한스 장군의 그것처럼 어디선가 먹어본 듯한 혀의 기억력은 개개인의 인간이 어떠한 위치에서 삶을 살아왔는지를 보여주는 리트머스 시험지 입니다. 굳이 기독교인이든 아니든 음식을 통한 사랑과 화해와 평화를 알고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볼만한 영화라고 생각됩니다. 


 고전과 세속의 경계를 뛰어넘어 위대한 한상차림을 통해 아름다운 화합을 보여준 '비빔밥' 같은 영화.

<바베트의 만찬> 이었습니다. 

"진정한 예술가는
결코 가난하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