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떡교회

끊을 수 없는 십자가
사랑에 힘입어

  온 세계를 혼란과 공포에 빠뜨린 코로나19로 인해 2020년을 막 시작하는 이 세상은 잠시 멈춘 듯 보였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거리를 비추는 햇살은 얼마나 밝고 따스하던지요. 나무마다 여린 연녹색잎 새싹들을 틔우고 봄의 축제와도 같은 꽃들은 여전히 눈부신 자태를 자아내며 피고 지는 사명을 다하고 있었습니다.

 학교와 교회, 여러 상점들과 학원 등 사람들이 모이는 수많은 장소들은 문을 닫고 생업의 위협과 나 혹은 내 가족들에게 닥칠지 모르는 낯선 질병에 대한 불확실한 공포와 불안을 품은 채로 지내야만 했습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질병의 경중에 상관없이 심적, 육체적 고통과 싸우며, 또한 사랑하는 가족들을 떠나보내며 마지막 인사를 정성스레 할 새도 없이 장례를 치르는 큰 슬픔을 겪고 있습니다.

 저 역시 작게 운영하고 있는 미술작업실을 한 달 넘게 쉬면서 같은 상가 선생님들과 함께 무척 혼란스러워 했고,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으로 아이들의 개학일이 연거푸 미뤄지며 학부모님들께 휴원 연장 공지 안내를 할 때 마다 기약 없는 질병의 종식은 과연 언제쯤일까 답답한 마음을 떨쳐내기 쉽지 않았습니다. 수입이 전혀 없어도 임대료와 관리비, 공과금을 내야하는 1인 사업자인 나도 힘든데, 직원들 임금 지불 및 엄청난 임대료를 감당해야 하는 사업주 분들은 얼마나 힘드실까 싶었고 자영업이 아닌 회사를 다녔으면 좋았겠다는 생각마저 잠시 들었습니다. 

마르크 샤갈<하얀 십자가(1938)>

 매 주 귀한 설교말씀을 듣고 찬양을 부르며 한 주간 살아낼 힘을 얻고 적은 인원이기에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사랑하는 청년부 지체들과의 교제도 끊어지며 마음이 황폐해지기 쉬웠습니다. 그럼에도 시간은 여전히 흐르고 가장 큰 아픔을 겪고 있는 곳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나누는 의료진 및 자원봉사자들의 모습과 그로 인해 고통을 이겨내는 사람들, 코로나 19가 아닌 몸의 여러 곳에서 질병을 발견하고 힘든 가운데 하나님께서 함께 하시리라는 믿음을 잃지 않고 수술을 감당해 낸 제 가족과 지인들을 위해 기도하면서 황폐하고 불안했던 마음이 평안으로 가득 채워졌습니다. 다정한 한 지인은 본인도 선물을 받고 참 행복했더라고 하면서 심란한 마음으로 일을 쉬고 있는 제게 깜짝 꽃 배달 선물을 보내어 따스한 사랑을 전해주었습니다.

 또한 매 주 온라인으로 드리는 풍성한 예배와 매일의 큐티영상을 통해 하나님께서 날마다 부어주시는 지혜와 능력으로 주신 삶을 살아갈 힘을 얻고 연약한 저희 모두를 끝까지 붙들어주시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어느새 국내에서는 확진자가 점점 줄어들고 있긴 하지만 아직도 앞날을 예측할 수 없으며 코로나 19 이전의 경제 상황으로 빠르게 회복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 많은 일들이 마비되고 당연한 듯 누려왔던 삶의 소소한 행복들이 얼마나 소중했는지를 깊이 깨닫습니다. 당장 내가 가진 것들을 잃는 두려움과 불안의 모습은 타인에 대한 강한 미움과 혐오의 모습을 띄고 사람의 마음을 가득 채운 이기적 본성을 드러냅니다. 

 우선 그리스도인들은 이런 인간의 이기심과 죄의 본성으로부터 하나님께서 마음을 지켜주시기를 기도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어떠한 상황 가운데에서도 하나님께서 함께 하신다는 확신을 가지고 매일의 삶을 견뎌내는 것이 또 다른 형태의 믿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으로 하나님께서 아들을 보내사 죽기까지 나를 향하신 사랑, 그 큰 사랑을 가슴에 안고 생명이 있는 말과 마음과 손길로 사랑하는 이웃들을 돌아볼 수 있는 저희 모두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선하신 하나님께서 반드시 이 세상을 회복시켜주시리라 믿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제게 그리움이라는 아름다운 감정을 더욱 소중하고 깊이 있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깊어진 그리움을 가지고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날 날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이수정 (보리떡 교회 청년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