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pcorn각

그린 북(2019)

차별, 그 불편한 진실

  영화 ‘그린 북’은 2018년 작품으로 9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각본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우리에게 ‘덤 앤 더머‘로 알려진 피터 패럴리가 감독, 떠벌이 토 역에 비고 모텐슨, 천재 피아니스트 돈 셜리 박사역에 마허살라 알리가 출연 했습니다. 

 영화의 배경인 1962년 미국은 분리평등정책으로 (Separate but equal) 인해 흑인과 백인은 화장실까지도 따로 구분해서 사용해야 할 정도로 학교와 공공시설 및 주거 시설 등이 피부색에 의해 분리되어 있었습니다.
흑인들은 로드 트립 시 안전을 위해 별도의 가이드북을 필요로 했는데 그 책의 이름이 바로 ‘그린북’이죠. 영화는 이 안내 책자를 가지고 흑인 피아니스트와 백인 운전사가 남부로 떠나는 연주 여행 중 각자가 가지고 있던 인종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고 친구가 되어 가는 과정을 그린 로드 무비 입니다.



 토니 발레롱가 (비고 모텐슨) 는 가족 중심적 사고를 가진 이탈리아계 이민자입니다. 그는 브롱스에 거주하며 뉴욕에 위치한 나이트클럽 웨이터로 일 했는데 입담과 수완이 좋아서 ‘해결사‘ 토니로 불렸습니다. 
그의 가족은 차별주의적인 사고를 공유했는데, 토니의 가족들은 흑인 수리공이 감시하는 동안 자신들의 언어로 비하하며 그들이 사용한 컵을 쓰레기 통에 버리는 인종 혐오적인 행동을 망설이지 않습니다. 

 이처럼 토니는 흑인이란 폭력적이고 치킨을 좋아하며 예술은 잘 모를 거라는 식의 고정 관념으로 학습 된 사람 이었지만, 차별 속에서도 품위를 지키며 인간의 존엄성을 위해 힘겨운 싸움을 하는 셜리 박사의 애절한 노력과 그의 아름다운 피아노 연주를 통해 피부색에 대한 경계심은 사라지고 그가 겪고 있는 전쟁 같은 일상에 점점 동화 되어 갑니다.

 천재 피아니스트 돈 셜리 박사 (마허살라 알리) 는 1927년에 플로리다주에서 자메이카 이주민 가정에서 태어납니다. 3세 때부터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고 천재적인 예술성을 인정받아서 흑인으로써는 처음으로 ‘상트페테르부르크’ 음악원에서 클레식 피아노를 전공, 백악관에서 연주를 하는 등 화려한 경력을 가졌지만 차별의 시대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클레식만 하는 것은 불가능해서 음반회의 요청에 의해 재즈나 가벼운 소품 위주의 클레식 연주 활동을 해야만 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차별의 전부는 아닙니다. 백인들은 그가 무대에 있을 때만 존중해 주는 척 하였고, 공연이 끝나면 다시 차별의 신분이 되어 쇼핑도, 여가도 허락되지 않았으며 피부색 때문에 억울하게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되기도 했습니다.

밴드 or 트리오

 품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주의자와 결과만 좋으면 약간의 허풍은 상관없다는 낙관주의자. 서로에 대한 편견은 좁혀지지 않은 채 끝날 것 같지만 그 둘 사이에는 아름다움이 피아노 선율이 찾아 듭니다.

 토니는 셜리 박사의 일행과 처음 만나던 순간 그들을 보고 ‘밴드‘냐고 묻습다. 그 지점이 영화에서 보여지는 두 사람의 간극인 것 같습니다. 클레식 용어인 트리오라는 단어는 모르지만 클럽에서 다양한 대중음악에 노출되었던 토니의 예술적 안목이 천재 셜리 박사의 피아노 연주에 반응하며 그에게 있어 박사는 더 이상 위협적인 흑인이 아닌 한 명의 예술가였다.

 이런 관계 변화에 둘은 마음을 주고 받게 되고 토니에게 용기를 얻는 셜리는 자신의 인종적 정체성 인정하며 흑인전용 식당에서 평소 좋아하던 쇼팽을 멋지게 연주하며 그동안 자신을 외롭게 했던 백인들의 리그에서 나오는 용기를 보여줍니다. 

 또 돈만 생각하던 토니 역시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 할 수 있는 성숙한 지성에 눈을 뜨게 되면서 타인과의 관계에서 힘이 아닌 위로를 표현 할 수 있는 모습으로 변화 됩니다. 

 영화의 마지막 공연 장면으로 돌아가 봅니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연주장소까지 도착한 두 사람은 함께 식사를 하기 위해서 곧 공연장이 될 식당으로 입장하려고 하지만, 셜리 박사는 입장을 거절당하고 공연을 기다리며 식사하던 백인들 중 아무도 관계자의 차별적인 행동에 반론을 제기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보기에는 흑인이 백인 전용 식당에 입장하지 못하는 건 당연한 일이였기 때문입니다. 

 영화는 이처럼 인종차별이라는 민감한 주제를 자극적인 표현하는 대신 셜리가 살아 내는 일상을 설득력 있는 대본의 힘으로 담백하게 나열해 주는데 그 영화 속 사건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 또한 지금 삶속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차별을 발견 하게 됩니다. 

 현재 우리의 언어 생활 중 '흑형‘, ‘여자가~‘, ’결정장애’ 등과 같이 의도가 무엇이든 차별적인 뜻을 포함하고 있는 단어들이 많이 있습니다. 우리의 문화 속에 교묘하게 숨어있는 차별은 숨을 고르고 천천히 바라보지 않으면 느낄 수 없는 것들이 많습니다. 이민 초기 수 많은 차별을 견뎌야만 했던 우리가 이제는 우리나라에 들어 온 개발도상국 사람들을 차별하고 있습니다. 차별의 언어는 약자들에게 상처가 되고 심할 경우 인생 자체를 혼란스럽게 만들기도 합니다.

 영화는 토니의 가족과 셜리 박사가 예수님의 생일인 크리스마스 파티를 함께 하면서 끝이 납니다. 그리고 셜리를 차별하던 호텔 로비에는 크리마스마스를 기념하는 어린 아기 예수의 형상이 장식되어져 있습니다. 감독은 이 짧은 컷을 통해 마치 우리에게 질문을 하는 듯 합니다.


 
너희가 말하는 사랑이 도대체 무엇이냐고..

100여년 전 사용된 실제 '그린 북'

"세상을 바꾸는 것은
천재성 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죠.
용기가 있어야 해요."

최영선(함께하는 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