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pcorn각

두 교황(2019)

  고난주간을 생각하면 흔히 떠오르는 영화들이 있습니다. 

 예수님의 수난과 십자가의 고난을 그린 많은 영화들이 많이 생각납니다. 그러나 왠지 고난에 대한 육체적인 고통만을 강조한 듯 하고, 자칫 분위기가 너무 다운될 것을 고려해서 이번 팝곡각에서는 조금 밝은 영화를 추천해 드리고자 합니다.

오늘 함께보실 영화는 <두 교황> 입니다. 

 카톨릭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있습니다. 화려한 성당의 벽화, 격식을 갖춘 성례전 등이 있지만 무엇보다 카톨릭을 상징하는 인물인 교황이 있습니다.

 'Pope' 라고 불리는 교황은 지역적으로는 로마교구의 주교이지만 실제적으로 카톨릭 전체의 수장 역할을 감당합니다. 또한 교황이 있는 바티칸 시국의 공식 국가원수이기도 합니다. 초대 성 베드로를 시작으로 하는 교황의 역사는 현재 프란치스코까지 266명의 교황을 배출하고 있고, 이 영화는 265대 교황이었던 베네딕토 16세의 사임과 프란치스코 교황의 취임 사이에 있었던 일을 그리고 있습니다. 

 영화는 실제 있었던 사건에 기반을 두고 이야기를 풀어 나갑니다. 바티칸 내부 문서 유출과 성직자 부적절한 행동에 대해 책임을 지고 베네딕토 16세가 사임 하게 되는 것, 그 뒤를 이어 프란치스코가 교황이 되는 것은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사이에 두 사람이 나누었던 대화나 에피소드는 픽션이 가미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베네딕토 16세로 대변되는 전통주의와 프란치스코의 진보주의가 서로의 자리를 바꿔가는 현실 속에서 대립과 갈등을 봉합하고 종국에 합의점을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왕관의 무게와 책임감, 리더십에 대한 깊이 있는 묵상을 하게 만듭니다. 

 인상 깊었던 장면은 영화 초반에 나오는 교황의 별장 에피소드 입니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나 의견을 나누는 중에 프란치스코는 마가복음 2장 17절("나는 의인을 부르러 온 것이 아니요 죄인을 부르러 왔노라 하시니라.") 을 인용합니다. 그 말씀을 통해 고난주간에 대한 의미를 다시 떠올리고 함께 예수님을 묵상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예수님은 분명 죄인된 우리를 부르러 이 땅에 오셨고 그 죄를 사하기 위해 십자가를 지셨습니다. 주님의 십자가는 기득권자나 가진자의 전유물이 아니라 소외되고 외면 받은 자들을 위해서도 동일합니다.  

 독일 출생의 베네딕토 16세와 아르헨티나 출생의 프란치스코가 가진 인간적인 차이점도 이 영화를 흥미롭게 만드는 포인트 입니다. 성격과 생활 방식은 물론 교리에서도 두 사람은 전혀 다른 스타일입니다. 이 차이를 좁히는 것이 결코 쉬워 보이지는 않지만 두 사람은 기꺼이 서로를 존중합니다. 

 이 영화는 '사제' 라는 특수한 인물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영화가 카톨릭을 옹호한다거나 종교적인 강요를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그저 두 사람의 '인간' 이 보여주는 휴머니즘과 감각적인 연출이 돋보일 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카톨릭이 아니더라도 꽤 흥미롭게 볼 만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전 현직 교황이 한 자리에 앉아 피자를 먹으며 축구경기를 관람하는 마지막 장면은 보는이들로 하여금 교황이라는 절대권력자의 내면에 소탈하고 인간적인 면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줍니다. 

 주님이 이 땅에 오셨을 때, 병자들을 고치시고 세리와 창녀들과 더불어 먹으실 때, 고난을 당하시고 십자가에 달리실 때,, 모든 것에 있어 주님의 사랑이 묻어있지 않은 곳은 없습니다. 영화는 주님이 사랑하셨던 것은 특별한 누군가가 아니라 '인간' 그 자체이셨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합니다. 

 엔써니 홉킨스와 조너선 프라이스의 연기는 영화의 깊이를 더합니다. 두 배우는 전 현직 교황이라는 묵직한 역할을 담백하고 진솔하게 풀어냅니다. 두 배우의 내공을 통해 관객은 교황이라는 거물의 내면에 있는 나약한 한 인간의 간절함을 동시에 만날 수 있습니다. 

 


 카톨릭과 개신교는 다릅니다. 그러나 주님은 한 분이십니다. 교황과 우리는 다르지만 십자가는 하나입니다. 이번 고난주간 가정에서 <두 교황> 을 통해 종교적인 차이점을 잠시 내려놓고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영화를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요?

"기억하십시요. 
진실은 중요하지만
사랑이 없는 진실은
견딜 수 없습니다."

-프란치스코-